정부가 지난 1979년 이래 수차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키겠다고 일본측에 요청했으나 묵살당하면서 번번이 기회를 놓쳤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일본이 1969년과 1972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독도를 제외한 점을 들면서 사실상 거부하는 바람에 적어도 4번 이상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 7월 국방부가 고시한 KADIZ에 이어도를 제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중국이 23일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는 이어도가 포함됐지만, 정작 관할권을 갖고 있는 한국의 KADIZ에는 이어도가 빠지는 ‘이어도 공백’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KADIZ에 독도가 들어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어도까지 포함시키려고 하면 일본이 독도에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KADIZ를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적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관할권도 없기 때문에 통보 없이 구역에 들어간다고 해서 강제착륙이나 무력대응이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1979년, 1983년에 이어 1990년대와 2008년 KADIZ 고시 직전에 이어도를 포함시키겠다고 일본측에 요구했으나 일본은 “그럴 경우 독도를 JADIZ에 넣겠다”며 ‘독도 연계론’을 펴 정부의 요구를 묵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1995년에도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한·일 간 군용기 우발사고방지 합의가 체결됐다. 또 정부는 일본과의 국방·안보 관련 협의 계기마다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일본측으로부터 부정적 답변만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KADIZ는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설정되다 보니 당시에는 이어도 존재를 몰랐다”면서 “나중에 일본이 1969년 JADIZ를 설정하면서 이어도를 포함시킨 뒤에야 그 존재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보영·정철순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