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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3일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계기로 한·중·일 3국 간 이어도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하면서 한·중 간 이어도와 제7광구를 둘러싼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획정 문제가 다시 불거진 데 이어, 한·일 간에도 방공식별구역 선정을 놓고 독도·이어도가 연계된 사실이 25일 재확인되면서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특히 정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키면 일본이 독도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넣겠다는 ‘으름장’에 밀려 1951년 이후 60여 년간 ‘무대책’이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일본 측이 1979·1983·2008년 3차례에 걸친 한국 측의 정식 요청에 ‘독도 연계론’으로 맞서자 이렇다 할 대항논리를 세우지 못한 채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적으로 영공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는 ‘무(無)실효성’ 명분으로 사실상 방치했다는 것. 반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이어도 관할권과 EEZ 획정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향후 EEZ 협상과 국제법적 권한 확보 차원에서 외교채널을 통해 충실하게 입장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방부도 24일 입장자료를 통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KADIZ의 제주도 서남방 일부 구역과 중첩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하며, 중국의 이번 조치가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JADIZ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한반도에서 출격하는 군용기가 이어도 상공을 통과할 때 일본 측에 통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본은 몇 차례 독도가 포함돼 있는 KADIZ를 사전 통보 없이 침범했다. 지난해 9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4200t급 구축함에 탑재된 헬기가 KADIZ를 침범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일본 측은 우리 F-15K 전투기 등이 출동하자 “적대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한 뒤 물러섰지만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중·일·러 3개국이 우리 영해·영공을 위협한 사례는 622회에 달하며, 이 중 71%인 442건을 일본이 자행했다. 일본 항공기의 KADIZ 무단 침입도 2건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KADIZ 재조정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분위기다.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한·중·일 3국 갈등이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서도 “각국은 구역을 설정할 권한이 있다”면서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다.

신보영·오남석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