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와 고속철도(KTX)에 이어 군에도 기준에 못 미치는 군수품이 들어갔지만, 재발을 막을 법적 제재는 미미하다. 납품 업체들의 군수품 부정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이들 업체들이 다시 입찰에 참여해도 낙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1일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관계자에 따르면 군수품 부정 공급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른 처벌 외에 군내에서 이를 막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입찰 참여 시 벌점을 부과하는 방법이 있으나, 해당 업체가 상호명을 바꾸거나 대표를 바꿔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군수물품을 관리하는 방위사업청(방사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군수품에 한해 부정당 업체로 지목된 곳이 상호명을 바꿔 입찰해도 이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품원 측에서는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납품 및 주계약 업체에 대해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제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업체가 단독으로 입찰할 경우에도 이를 막을 법적 수단이 없다.

기품원 관계자는 “군수업체 중에는 중소업체가 많아, 이들이 생산하는 물품 중에는 단독으로 생산하는 것도 있다”며 “단독 생산의 경우에는 입찰에서 낙찰받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군수업체를 관리하던 방사청과 기품원 일부 고위 관계자들이 퇴직 후 로펌에 취업, 다시 이들을 변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부정 군수품 납품으로 기품원 등에 의해 고발된 군수업체 중에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정당 업자로 지정, 입찰 참가자격을 최고 6개월까지 제한할 수 있지만 이들 업체들은 가처분 소송을 통해 구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처벌이 미미해 계약 불이행과 입찰담합 등으로 방사청에 적발된 군수업체는 지난 2012년에만 114개 업체에 달했다. 이 중에는 계약불이행이 84건이었으며, 입찰담합 및 뇌물제공 13건, 허위 원가자료 제출 10건, 부정·부당행위 5건 등으로 유형이 다양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