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불안한 국방’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3년 동안 납품된 군수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수리온 헬기(왼쪽)와 K-9 자주포 등 우리 군의 핵심무기에도 공인시험성적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기준에 맞지 않는 부품이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최근 3년간 적발한 군수업체의 공인시험성적서 위·변조만 125건에 달한다. 조사기간을 그 이전까지 확대할 경우, 위·변조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방대한 규모로 위·변조가 이뤄졌지만 기품원은 군수업체의 말만 믿고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11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수품 시험분석은 업체 시험시설을 이용한 검사와 공인시험기관 의뢰, 특수 시험기관 의뢰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업체 시험시설을 이용한 검사에서는 주로 엔진 성능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시험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는 기품원 직원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검사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특수 시험기관 의뢰에서는 사격시험과 방탄시험 등이 이뤄지는데 역시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군시설 안에서 이뤄져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인시험기관에서 진행하는 품목은 의뢰업체와 시험기관 사이에만 자료가 오간다. 결국 당국이 직접 확인할 수가 없어 그동안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실제로 기품원 관계자도 “지난 30년 동안 공인시험성적서 위·변조 여부를 한 번도 검사하지 않았다”고 말해 부실한 감독 실태를 인정했다. 기품원이 지난 2006년에 설립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6년여 동안 군 당국의 무기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셈이다.

기품원 측이 시험평가기관에 의뢰한 품목들을 저위험도 품목으로 분류하고, 해당 품목을 넘겨받은 군이 현재까지 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실 K-9 자주포와 K-1 전차 등은 전력화 이후 30년 이상 사용될 핵심무기로, 단기간 운용 여부에 따라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군 관계자는 “최신 장비 안에는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작은 이상만으로도 무기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장비의 수명주기가 길어질수록 부실 부품의 위험성은 커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품원 측에서는 앞으로는 공인시험기관의 시험평가서를 직접 확인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품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의뢰기관이 시험평가서를 받게 돼 있다”며 “훈령 개정 등을 통해 기품원이 직접 시험평가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험기관의 평가서만을 인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