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꿈의 구축함’이자 ‘항공모함 킬러’인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엘모 줌월트’호의 건조를 완료하고 내년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입할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군사대국화에 나선 중국은 물론 북한에도 줌월트호의 등장은 상당한 군사적 압박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최첨단 화력을 갖춘 세계 최강의 병기, 엘모 줌월트호의 모든 것을 점검해본다.
1. 텀블홈 외관, 레이더에 안잡히나
미국의 스텔스 구축함 ‘엘모 줌월트(DDG-1000)’호의 선체는 텀블홈(tumble home) 구조다. 일반 선박, 전함과 달리 뱃전이 안으로 경사져 있는 독특한 각도로 설계됐다. 이동 시 해상에 남기는 항적(航跡·커다란 물결)이 적고 레이더파를 반사하는 선체의 단면적(RCS)이 좁다. RCS가 기존 구축함의 50분의 1에 불과해 레이더망에 탐지된다고 해도 소형 어선 정도로 보인다. 여기에 전파를 굴절·흡수시키는 스텔스 특수 도료를 선체 전체에 칠해 웬만한 레이더에는 잡히지도 않는다. 엔진 소음과 원적외선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해 적함의 소음추적 및 열탐지 미사일과 어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최신 평면배열 레이더와 소나를 활용, 공중과 수중의 위협요소를 샅샅이 탐지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2. 알레이버크급 구축함과의 차이는
구축함(destroyer)은 대함, 대잠, 방공 기능을 보유한 세계 각국의 주력 전투함이다. 미국은 동시요격 16기의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59척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보통 만재배수량이 8000∼9000t이지만 줌월트호는 1만4564t으로 규모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같은 이지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더라도 덩치가 알레이버크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35㎿급 최신 인덕션 전기모터 2기가 채용된 엔진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의 최대속도 30∼32노트와 비슷한 30.3노트(시속 56.1㎞)의 속력을 낸다.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276명의 승조원이 필요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과는 달리 148명 정도면 운용할 수 있다. 길이 600피트(182.9m)에 폭 80.7피트(24.6m)로 미 해군 역사상 최대 규모다.
3. 미 해군의 DD-21 플랜은
미국은 1994년 연안 및 해상 전투를 위한 SC-21 플랜을 세웠다. 1990년대 소말리아 등지에서 상륙작전을 수행했던 미국은 해안 방어체계를 파괴시킬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의 구축함이 필요했다. 초기에는 500대의 크루즈 미사일을 동시발사할 수 있는 거대 구축함 계획을 세웠다. 검토 결과 기동성과 효율성을 위해 128대의 미사일을 갖춘 1만6000t급 구축함을 건조하는 방안이 선택됐다. 스텔스 구축함인 줌월트호를 탄생시킨 DD-21, 21세기 차세대 구축함 건조계획의 시작이었다. 미 해군은 당초 32대의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건조를 원했다. 하지만 예산문제로 24대로 변경됐다가, 7대로 줄어들고 최종적으로는 3대를 건조하기로 결정됐다. 첫 번째 스텔스 구축함인 DDG-1000 프로젝트는 2006년 9월 25억 달러의 예산을 승인받았다.
4. 다른 스텔스 구축함은 언제
줌월트호 외에도 미 해군은 노스롭 그루먼사의 DD-21 계획안을 토대로 DDG-1001과 DDG-1002를 건조 중이다. 지난 2009년 제작에 들어간 DDG-1001은 미시시피주 파스카골라에 위치한 노스롭 그루먼사의 잉걸스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2014년 5월 미 해군에 인도될 예정으로 지난 2006년 이라크 전쟁 당시 사망한 해군 특수부대의 마이클 몬수르 대원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다. 나머지 한 대는 줌월트호와 같은 메인주의 배스 아이언 웍스 조선소에서 지난 2012년 4월 건조에 들어갔다. 인도 시점은 2017년에서 2018년 사이로 예정됐다. DDG-1002는 해군 장교 출신인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이름이 붙여진다. 줌월트호는 1970년 49세에 최연소 해군참모총장에 오른 엘모 줌월트 제독의 이름에서 따왔다.
5. 줌월트호 155㎜ 함포의 위력
현대 해전에서 함포의 사정거리는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줌월트호의 155㎜ 구경의 함포는 사정거리가 109㎞로 웬만한 단거리 미사일보다 멀리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1호인 알레이버크 구축함(DDG-51) 함포의 사정거리와 비교하면 다섯 배 정도 길다. 발사 후 진로 변경까지 가능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탄을 사용하는 줌월트호의 함포는 30분에 무려 600발이 발사된다.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원형공산오차(CEP)도 50m 미만으로 설계됐다. 알레이버크 구축함의 함포가 1문인 것과 달리 줌월트호에는 2문의 함포가 장착됐다.
6. 토마호크 미사일도 장착
줌월트호의 화력은 지금까지 건조된 전 세계 구축함 중 최강이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에 신형수직발사시스템(VLS), SM-2, 3, 6 함대공 미사일, 잠수함 공격로켓을 갖추고 있다. 특히 발사속도가 음속의 7배인 레일건은 사정거리가 무려 160㎞에 달한다. 두 개의 활주레일에 포탄을 얹고 강한 전류를 순간적으로 흘려 형성된 자기장과 대전류의 반발력으로 속도를 얻는 레일건은 ‘꿈의 무기’로 표적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수 있다. 뒷면 갑판에는 헬리콥터와 무인기 드론의 이착륙이 가능한 공간을 갖췄다. 줌월트호의 대당 가격은 35억 달러(3조7000억 원)로 웬만한 구축함 건조가격의 네 배에 달한다.
7. 왜 ‘항공모함 킬러’인가
구축함은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면서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역할을 한다. 줌월트호에 장착된 미국 레이시온사의 최첨단 무기는 구축함, 순양함, 잠수함 등으로 이뤄진 전단을 일거에 무력화시켜 항공모함을 궤멸시킬 수 있다. 중국도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장거리 순항 미사일 ‘창젠(長劍)’을 개발했지만 줌월트호 앞에서는 승산이 그리 높지는 않다. 구축함을 공격하는 대잠수함을 탐지하는 세계 최고의 성능인 AN/SQS 90 시스템이 줌월트호에는 갖춰져 있다. AN/SPY-3 MFR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레이더는 S밴드와 X밴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밴드 레이더로 기존 이지스함을 능가하는 탐지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8. 亞太지역에서 맡는 임무는
줌월트호는 시험항해를 거쳐 내년에 아시아·태평양 해역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은 해군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점 배치한다는 전략에 따라 줌월트호를 우선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대국화에 나선 중국과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압박인 것으로 관측된다. 줌월트호는 흘수(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의 깊이)가 8.4m에 불과해 수심 9m의 연안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채 접근해 해안에서 150㎞ 반경에 있는 방공체계를 언제든지 무너뜨리고 상륙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 유사시 북한의 방공포도 초토화가 가능하다.
9. 각국의 스텔스 구축함 경쟁
스텔스 구축함 경쟁에서 미국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스텔스 구축함 건조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해군 동해함대는 ‘바다의 소리 없는 킬러’라고 불리는 스텔스 유도탄정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스텔스 전투기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미국의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해 스텔스 구축함 건조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 인도도 지난 2011년부터 스텔스 구축함 개발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10. 한국의 스텔스 구축함 계획은
우리 해군은 1998년 취역한 광개토대왕함(KDX-Ⅰ 1번함)을 비롯해 을지문덕함, 양만춘함, 충무공이순신함, 문무대왕함, 대조영함, 왕건함, 강감찬함, 최영함 등 9척의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5월 진수된 세종대왕함(7600t)과 율곡 이이함과 서애 류성룡함 등 3척의 이지스함도 보유 중이다. 세종대왕급의 이지스함에는 스텔스 기능은 있지만 레이더에 잡히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워낙 고가인 데다 아직 이지스함을 포함한 구축함이 12척이어서 추가적인 이지스 구축함 건조가 현실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줌월트호에 장착된 최첨단 무기와 전자시스템의 기술력도 확보하지 못했다. 최근 한국해양대 스텔스기술연구센터가 국내 최초로 스텔스 특수도료를 개발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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