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시한 국가정보원 대북심리전단 직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작성 글은 대선 개입을 의심할 수 있는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국정원은 해당 글이 기본적으로 종북 대응 차원에서 작성됐다는 입장이어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두고 여전히 치열한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정원이 트위터를 통해 총 5만5689회에 걸쳐 특정 정당 또는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1일부터 대선 전날인 12월 18일까지 100일 동안 주요 국면마다 국정원이 야당 후보를 비하하고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게재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즈음이었던 2012년 9월 18일 “후보들의 인상착의-박근혜의 친근한 미소, 문재인의 놀란 토끼눈, 안철수의 느끼한 능구랭이 얼굴”이라는 글을 올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한창 이슈가 됐던 10월 15일에는 “문재인은 사퇴해야겠네”라고 글을 작성하는 식이다.

국정원은 일부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있는 글이 있으나 근본 취지는 종북 세력 대응 차원이었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은 또한 직원들이 직접 글을 쓴 것은 거의 없고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글이나 기사를 리트위트(재전송)한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21일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대선에 개입할 의도를 가지고 인터넷상에 글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인 건 변함이 없다”며 “이번에 광범위한 SNS 활동이 추가로 기소되면 국정원이 의도성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5만여 건의 글 중 2233건만 국정원 직원과 관련됐다는 증거가 있을 뿐이고 NLL·미사일 등의 글만 들어가도 (검찰이) 대선 개입으로 해석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법원에서 유죄 증거로 인정되는 작성 글의 숫자도 앞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다수 맡았던 한 변호사는 “어떤 의도로 보느냐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