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삼치가 제철이다. 이맘때면 살점에 기름이 오르기 시작하며 식감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고소한 맛도 더해진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고등어보다 세 배 맛있어서’ 이름에 ‘삼’자가 붙었다고 알려진 삼치 계절이 돌아왔다.

전남 거문도 등 남해안 일대에서는 최근 삼치잡이 배의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됐다. 삼치는 봄이 제철인 생선으로 알려졌지만 가장 맛있을 때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다. 이때가 지방질이 가장 풍부해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인천의 유명한 먹자골목 중 하나인 동인천 역전 인근 삼치구이 골목의 10여 개 업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바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즈음부터다.

삼치는 고등어과 생선 중 유일하게 비린내가 없다. 또 수분이 많고 육질이 연해 어린이는 물론 노인이나 환자에게도 많이 추천되는 음식이다.

삼치의 지방 함량은 먹을 수 있는 100g당 7.34g이다. 일반적으로 과다지방은 몸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삼치의 지방은 다르다. 7.34g의 지질성분 중 몸에 해롭다는 포화지방은 1.84g이고 나머지는 모두 불포화지방이다. 또 불포화지방 중에서도 몸에 좋다는 오메가-3 지방이 1.52g에 이른다.

국제영양기구에서 권장한 오메가-3 지방산의 하루섭취 권장량은 600∼1000㎎인 점을 감안할 때 노릇노릇 구워내 기름이 잘잘 흐르는 삼치구이 한 토막이면 하루 권장섭취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오메가-3 지방은 특히 동맥을 깨끗하게 해 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신경전달물질의 이동을 활성화해 우울증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메가-3란 이름은 탄소와 수소의 결합으로 이뤄진 지방산의 쇠사슬 구조에서 세 번째 사슬고리에 첫 탄소끼리의 이중결합이 보이는 것을 지칭한다. 오메가-3 지방은 다시 DHA(docosa hexaenoic acid, 탄소 수 22개로 이중결합 6개)와 EPA(eicosapentaenoic acid, 탄소 수 20개로 이중결합 5개)로 나뉜다.

DHA와 EPA가 주목받는 것은 뇌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DHA는 뇌 모세혈관막을 이루는 성분으로 뇌세포 간 신경전달물질이 소통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성분이다. DHA가 아이의 두뇌와 시각, 운동신경 발달에 좋고, 노인의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수험생들 사이에선 오메가-3 영양제 복용이 유행하기도 했다.

또 EPA는 탁월한 혈액순환 개선 효능을 지녔다. 혈중 중성지방의 수치를 낮춰주고, 혈중 총 콜레스테롤 양을 줄여주며, 혈관 속 불필요한 찌꺼기들을 청소해주는 고밀도(HDL) 지단백 콜레스테롤 양을 증가시켜준다.

바로 이 같은 효능 때문에 등푸른 생선에 풍부한 EPA 성분들은 뇌졸중과 동맥경화, 그외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해준다. 실제로 등푸른 생선을 즐겨먹는 알래스카 주민들은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삼치에는 그외에도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비타민A는 야맹증과 감기를 예방하며, 티아민 등의 비타민B군은 빈혈이나 각기병 등을 예방하고 인체 면역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칼슘, 인 등의 미네랄은 인체의 신진대사를 돕는다. 또 삼치와 고등어의 성분을 비교하면 요즘 같은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을 선호하는 시대에는 오히려 삼치의 경쟁력이 더 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고등어는 지질함량이 100g당 14.47g으로 삼치의 2배다. 그러나 열량으로 비교하면 고등어는 100g당 열량이 183㎉인데 삼치는 108㎉에 불과하다. 단백질 함량은 고등어 20.2g, 삼치 19.0g으로 비슷하다.

삼치를 구입할 때는 광택이 있으면서도 배와 몸 전체가 단단하고 탄력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배를 눌러보면 살점의 탄력도를 곧 알 수 있다. 또 싱싱한 삼치는 눈이 맑고 투명하다. 눈이 혼탁해 보이거나 뿌연 것은 이미 신선한 단계를 지난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생선은 일정 크기만 넘으면 맛과 향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방어와 삼치는 예외다. 크면 클수록 지방질,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많고 맛이 더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보통 어류는 머리가 맛이 더 좋다고 하지만 삼치는 머리보다 꼬리 쪽이 일미(一味)로 알려져 있다.

또 삼치는 횟감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삼치회 한 접시 상에 오르면 접시까지도 핥아 먹는다는 얘기까지 있다. ＜도움말 = 조영제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한국생선회협회 회장)＞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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