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핵심적인 의제는 ‘미사일 방어(MD) 체계’ 문제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약속이나 한 듯 잇따라 북핵과 미사일 능력 등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와 관련해 연일 강조한 것도 결국은 ‘한국의 미국식 MD 체계로의 편입’ 필요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한·미·일 3각 미사일 방어 공조 체계’를 일관되게 강조해온 미국의 군 수뇌부들은 이번 방한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역량 변화를 언급하며 이 같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미국식 MD 편입이 아닌, 한국식 방어망 조기 구축을 밝히고 있다. 일단은 미국식 MD 편입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미국의 동북아 역내 MD 추진을 강하게 비판해온 중국의 예봉을 피해야 한다. 동북아 역학관계가 자칫 ‘중국 대 한·미·일’의 구도로 형성되는 것을 우려하는 중국과의 마찰이 일단은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한반도의 종심이 짧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하층방어체계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의 시선 이외에도 정부는 MD 편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과 비용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정확한 비용 추계는 어렵지만 미국식 MD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거리 3000㎞ 이상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 세계적인 고층 방어망 시스템으로의 편입을 요구받을 땐 그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정부가 겉으론 한국형 MD를 언급하면서도 내면적으론 미국의 구상에 어느 정도 협력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5월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문에는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대목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일 3국 통합 MD 체계 참여에 동의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었다. 군이 지난 4월 합동참모회의에서 1조 원대 규모의 패트리엇 미사일 구매 사업을 결정한 것도 결국은 이 같은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이와 관련, “미국의 오키나와(沖繩) 및 괌 기지 방어를 위한 역내 MD 체계 구축에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국방부의 수세적 대응논리를 비판했다. 천 전 수석의 주장은 괌이나 오키나와도 결국은 우리의 후방기지와 다를 바 없다는 논리를 우리 정부가 이제는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뎀프시 의장은 30일 수행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이 한반도는 물론 역내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공동통합미사일방어체계(JIMDS)’를 언급했다. 그가 북한의 (미사일) 역량 변화를 언급한 것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주일 미군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고 여기에 한·미·일이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기존의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