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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일 척 헤이글 국방장관 방한을 계기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 재연기’와 연계된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을 요구하는 우회적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정부는 강력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면서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미국식 MD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작권 전환 재연기 등 향후 동맹 현안 협상 과정에서 MD는 피할 수 없는 의제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내 일각에서도 추가적 탐지체계 확보나 무기체계 개발 등에서 미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현실적 필요성에서부터 주일미군과의 연계성 차원에서도 미국식 MD와의 일부 통합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이번 헤이글 장관 방한을 계기로 드러난 미국의 압박은 상당히 거세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미 양국 군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동통합미사일방어체계(JIMDS)’를 언급한 데서도 드러난다. 헤이글 장관도 29일 한국 방문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한 질문에 정보·감시·정찰(ISR)과 지휘·통제·통신·컴퓨터(4I) 등 C4ISR와 함께 “미사일 방어(MD)는 분명히 아주 큰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이 미국으로서는 올해 초 이어진 북한의 각종 도발을 명분 삼아 한국의 MD 편입을 요구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인 셈이다. 일본이 적극적 참여를 시사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 MD망을 구축, 북한과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헤이글 장관이 2일 예정된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오는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제기하면서 MD 문제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가 전언이다. 다만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MD 편입을 직접적으로 연계시킬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이 한국 내 여론을 무시하고 일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도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MD를 연계하면 분명히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사실이 이번에 재확인되면서 한국의 MD 편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종의 ‘동맹비용’이라는 것이다. 한·미가 2일 SCM에서 확정하는 대북 ‘맞춤형 억제전략’ 차원에서도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가 핵심인데, 전면적인 미국 MD 편입은 아니더라도 효율적인 탐지 및 지휘 통제 차원에서 미국과의 연계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MD 편입 핵심기준인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기지 제공 ▲Ⅹ-밴드 레이더 설치 ▲MD 공동연구 비용 지불 등에 제한적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