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발표한 환경 분야의 규제 완화는 입지 규제, 환경영향평가, 폐기물 재활용 등 업계가 그동안 투자애로 요인으로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한 항목들이 대폭 반영됐다. 국민 안전을 위한 환경 위험은 엄격하게 관리하면서도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오염 저감기술의 발전을 반영해 대기·수질 등 오염 매체별 허가체계를 사업장별 통합허가체계로 개편해 중복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지금은 오염물질 배출시설 설치와 운영을 위해서는 5개 법령에 근거해 8개 허가·신고가 필요하지만 통합허가체계로 개편되면 1개의 허가증을 받으면 된다. 업종별 기준은 기업·전문가·정부 관계자로 구성되는 협의체에서 마련된다.

정부는 제도 시행을 위해 오는 11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하고, 2014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중복 규제 개선과 환경기술의 발전을 통해 연간 3300억 원의 투자와 5년간 6000여 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 기업활동 단계별 현장 애로를 해소해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우선 입지제한 규정을 완화해 폐수 배출이 적은 도시형 공장 설립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상수원보호구역을 제외한 특별대책지역에도 도시형 공장 입지를 허용하기로 했다. 폐기물 재활용과 관련해서도 유해성 및 환경오염 우려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재활용을 허용한다. 특히 고철과 폐지 등 이물질·유해물질 함량 기준을 충족하는 폐기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던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간소화하고 협의기간과 가이드라인도 개선하기로 했다. 가령 개별 법령에 따라 공청회 등 사전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친 경우 환경영향평가 때 주민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간주한다. 정부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보다 구체적인 환경영향평가 가이드라인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근 기업들이 대표적인 환경 규제로 지목했던 ‘화학물질의 등록·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법률 위임 한도 내에서 기업 부담이 최대한 경감되도록 합리적 시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용 화학물질은 등록의무 대상에서 면제하고, 소량 신규 화학물질 등록시 제출자료를 간소화한다. 또 영업비밀의 보호를 위해 비공개 대상 정보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환경부 소관 등록 규제는 2000년 569건, 2005년 632건, 2010년 708건, 올해 9월 현재 806건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또 환경 관련 규제 법률도 2000년 26개, 2005년 38개, 2010년 45개, 올 9월 현재 52개로 늘어났다.

박영출 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