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자식 존재 여부를 둘러싼 공방 와중에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이번 사태의 성격에 대해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라는 시각과 ‘사퇴 압력 의혹이 있는 정치적 문제’라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의혹을 처음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한 채 총장의 소송 등 향후 진상 규명 작업이 진척돼야 여론의 향배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17일 분석한 긴급현안조사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과 관련해 무엇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청와대와 법무부의 사퇴 압력 의혹이 있는 정치적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응답이 47.8%, ‘공직자의 윤리와 도덕성에 관한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응답이 44.2%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층은 8.0%였다.

청와대가 권력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채 총장을 사전기획에 따라 ‘퇴출’시키려 했다는 야당의 주장과 검찰 길들이기 의혹을 부인하며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의혹에 초점을 둔 청와대의 주장 사이에서 아직까지는 여론이 일방으로 쏠리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다.

‘정치적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응답은 연령대별로는 30대(54.7%)와 40대(50.8%), 거주지별로는 광주·전라(60.3%)와 대전·충청(50.9%), 경기·인천(49.7%) 등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왔다. ‘도덕성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응답은 50대 이상(50.4%)과 서울(49.5%), 대구·경북(46.9%), 부산·울산·경남(45.4%)에서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지지정당별 분석에서는 당에 따라 뚜렷하게 대비되는 경향이 드러났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54.7%가 ‘도덕성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응답을, 35.0%는 ‘정치적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응답을 내놨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층은 62.7%가 ‘정치적 문제가 더 심각하다’, 35.0%가 ‘도덕성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지지 정당에 따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이번 사태의 성격에 대한 규정 등에서 일정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양당 지지층 내에서 상대 진영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는 응답층이 각각 35.0%에 달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