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자신의 혼외 자식 의혹 진실규명에 또다시 소극적 태도로 돌아서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한 언론사를 통해 법무부의 감찰에 불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데 이어 진실규명을 위한 법적 소송도 “사인(私人)이 되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무부 감찰지시로 인해 자진사퇴를 하기 전, 의혹을 제기했던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소송은 물론, 유전자 검사도 조속히 실시하겠다던 입장에서 다시 후퇴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채 총장은 이번 사태 초기에도 혼외 자식 의혹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채 총장의 이런 태도는 채 총장을 지지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들까지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법무부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감찰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비판론이 제기되자, 검찰 내에서는 추석민심 등을 감안해 채 총장이 늦어도 17일쯤에는 예정했던 법적대응 방침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혼외 자식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채 총장의 강경일변도가 과도한 억측의 확산을 막아줄 유일한 방패막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채 총장은 ‘감찰 불응 소송 유보’ 입장을 밝힘으로써 진실규명을 위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평검사는 17일 “감찰을 절대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별 달리 대응도 하지 않으니까 이제는 진짜 혼외 자식이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채 총장이 ‘감찰 중지 후 사표 수리’를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로서 감찰을 받기보다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조용히 법적 대응에 나서고 싶은 게 진심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