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이번 세법개정엔 반드시 포함해야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 다시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때 과세 원칙을 밝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추진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 1968년 국세청이 종교인 과세를 언급했다가 종교계 반대에 부닥친 이래 여태껏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박재완 전 재정부 장관이 “국민 개개인이 세금 부과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시동을 걸었으나 정권 말과 대선이 겹쳐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정권 초인 지금이 관철할 적기일 것이다.

다만 재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접근하는 방식은 동감하기 어렵다. 재정부는 “종교인 과세 문제를 종교계와 협의하고 있으며,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으나 국민 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는 결코 협의나 합의의 대상일 수 없다. 과세가 합의 대상이라면 정부가 과세할 때마다 이해관계자들과 일일이 협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성직자 여부에 상관없이 소득을 얻고 있다면 납세는 당연한 일이다. 그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기본 원리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통한 세수 규모가 연간 1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나 중요한 것은 세입 규모보다 과세 원칙의 구현이다. 박근혜정부는 지금 세법 개정을 명분으로 기존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축소하는 중이다. 어차피 세법에는 성직자에 대한 비과세 조항이 없다. 그들만 특별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종교인에 대한 과세 논의와 의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예외없이 과세하고 있다.

재정부는 신도가 내는 헌금이 이미 소득세를 낸 돈인 만큼 이중과세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기존의 모든 소비가 세후 소득으로 이뤄지니 소비세 역시 이중과세라 할 수 있다. 상속·증여세도 부과할 수 없게 된다. 논란에 앞서 종교계 스스로 납세에 동참, 사회에 모범을 보이기 바란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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