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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8월부터 휴대전화 전자파 등급제를 전격 의무화하기로 한 것은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불안감을 제도 개선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완화해 보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민주당) 의원이 2011년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전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이후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한창 고조돼 있을 때였다. 하지만 이 휴대전화 전자파 등급제 도입은 한때 좌초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부가 통상 마찰을 우려해 시행을 계속 연기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부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유럽연합(EU)의 제소 압박에 지레 겁을 먹고 휴대전화 전자파 등급제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미래부는 올해 3월과 6월 WTO/무역상 기술장벽협정(TBT)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TBT에 이 안건을 상정했다. WTO와 EU에서 문제 삼은 건 등급 분할 기준이었다. 개정 전파법에선 휴대전화 전자파 등급 기준을 0.8W/㎏으로 정한 바 있는데 WTO 등은 왜 유해성이 0.8W/㎏을 기준으로 구분돼야 하는지 과학적 정당성이 없다며 휴대전화 전자파 등급제를 시행할 경우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WTO 등이 당시 이 같은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애플 등 외국 휴대전화 제조회사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애플 아이폰의 경우 전자파흡수율이 국내 안전기준(1.6W/㎏)은 충족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회사 제품보다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파흡수율이란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인체에 흡수되는 정보를 의미한다.

현행 국내 기준은 1.6W/㎏이며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제조·판매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휴대전화 전자파 등급제는 휴대전화 전자파흡수율이 국내 기준을 충족시키더라도 여기에 좀 더 세밀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미래부는 WTO/TBT, 한·미 FTA/TBT 등을 통해 전자파흡수율 등급 또는 측정값을 사업자가 선택해 표기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휴대전화의 전자파 등급은 전자파흡수율 기준에 따라 2개의 등급으로 분류키로 했다. 등급 분류가 부담된다면 휴대전화 제조사가 등급제 대신 측정값을 선택해 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안보다 다소 완화된 형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8월부터 휴대전화 전자파 등급제가 실제 적용되면 휴대전화 제조사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다소 유리한 입장이다. 대부분의 제품 전자파 흡수율이 1등급(0.8W/㎏) 이하인 데다 외국산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 등 외국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다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등급을 받기 위해선 별도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처럼 단일 제품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경우 휴대전화 전자파 등급제 도입은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