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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정부 ‘북핵 메시지’ 혼재

트럼프, 취임첫날 “북한은 핵보유국”
논란 커지자 백악관 “비핵화 추구”
여러 카드 던져보는 협상전략인 듯
일각선 “미북 대화 빨라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최근 대북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북핵 및 한미동맹에 대한 정책 방향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인정하는 듯한 메시지와 동시에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원론적 메시지까지 혼재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에 여러 카드를 던지면서 반응을 가늠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털시 개버드(사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자는 30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을 대북정책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했다. 대니얼 드리스콜 미국 육군 장관 후보자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및 다른 지역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의 최근 행동은 미국 및 미국 동맹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한 (이들 국가 간) 협력적 접근 방식을 시사한다”면서 “한 국가가 분쟁 촉발해 미국이 묶일 경우 다른 국가가 침공 기회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 20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것에 비하면 다소 원론적 발언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역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북핵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재검토만 거론했고,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처럼 북핵을 둘러싼 상반된 메시지는 트럼프식 협상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미·북은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했다. 핵 군축·동결 협상을 목표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과 톱·다운식(하향식) 의사결정 선호도를 고려하면, 미·북 대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한다. 외교 소식통은 “미·북 대화가 갑자기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며 “손 놓고 있다가 북한의 핵 군축이나 동결을 목표로 ‘스몰딜’이 이뤄지면 한국엔 큰 안보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