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법원의 ‘기성회비 반환’ 판결을 앞세워 국·공립대 기성회비 인하를 유도하고, 이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중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기성회비 인하 유도는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 기성회비를 없앤다면 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국·공립대의 조직적 반발에 막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국립대 재정회계법’ 제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 역시 국회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국립대 기성회 회계 소송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있은 뒤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월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 참석해 국·공립대 기성회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기성회비 문제 해결에 대한 총장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당시 이 장관이 밝힌 법적 근거 개선이란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 제정이다. 국립대 재정·회계법 제정안은 국립대 기성회비를 국고와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성회비는 수업료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교과부는 기성회계를 국고 일반회계와 통합해 교비회계로 일원화하는 법안 제정이 기성회비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2008년 12월 국회에 제출했던 법 통과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자동 폐기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민병주(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중이어서 법 제정 자체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기성회비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립대학 비국고회계 관리규정’(교육부 훈령)을 개정, 급여보조성 경비는 추경 또는 전용 등을 통한 인상이나 지급항목 신설을 금지하고, 기성회회계 세출예산 집행지침 및 예·결산서를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매년 기성회계 급여보조성경비 지급 결과를 국립대 기본경비, 교육역량 강화사업 등 각종 행·재정 지원과 연계해 기성회비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24일 “대학들의 기성회비 징수를 강제로 막기는 어려워 기성회비 평가를 통해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특히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을 통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공립대 측은 “기성회비 일부가 인건비를 보전하는 데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성회비 징수 전체가 불법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입장”이라며 “국·공립대 구조상 기성회비를 받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