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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963년 각 대학이 재정난을 겪자 교육시설 확충 등을 위해 문교부 장관 훈령(대학, 고·중학교 기성회 준칙)을 통해 대학별 기성회를 만들어 회비를 거둘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기성회비 제도는 ‘법률이 아닌 훈령’을 근거로 만들어져 태생부터 편법논란을 빚었다. 특히 대학들이 인상절차가 까다로운 수업료 대신 기성회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편법인상해 기성회비에 대한 폐지 또는 법적 근거 마련을 요구하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더구나 등록금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기성회비가 교육시설 확충 등 실제 도입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교직원 인건비 등으로 전용된 사례가 국회 국정감사는 물론, 감사원 감사 등 감사때마다 드러나면서 기성회비 의무 납부가 사회문제화됐다.

결국 사립대에서는 1999년 기성회비를 폐지했지만 사립대에 비해 등록금이 매우 싸고 기성회비 비중도 낮았던 국·공립대는 거론조차 되지 않다가 기성회비 집행과정에서 사립대와 똑같은 문제점이 불거지자 국민권익위원회가 2008년에 이어 2011년에도 국·공립대 기성회비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 국·공립대의 기성회비 집행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모든 공무원은 ‘공무원보수규정’과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는데도 각 대학에서는 법령에서 허용하지 않은 인건비를 연구보조비, 교재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실제 연구활동을 하지 않는 일반직과 기능직 공무원에게 1인당 수천만 원씩 추가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법령에서 허용하지 않는 각종 수당을 편법으로 신설해 무분별하게 지급하고 있는가 하면 건강검진비, 장기근속자 격려 등 교직원의 복지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기성회비로 직원들의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직원식사비, 생일선물비, 격려금, 포상금, 활동비, 자료수집비, 명절선물비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으로 적발됐다. 이 같은 방만한 회비 운용은 결국 2010년 서울대 등 8개 국립대 학생들로 하여금 기성회비 반환 청구 소송을 내도록 했으며, 법원은 2012년 1월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국·공립대 측은 “기성회비의 일부를 교수들에게 급여로 지급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국립대 교수들의 인건비가 낮아 한정된 자원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면 기성회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학 현장에서는 = 교육부가 지난해 7~9월 전국 25개 국립대 대상 기성회 회계 집행 실태를 점검해 올해 3월 발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많은 국립대가 기성회비를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A 대학은 총장의 개인 주택을 관사로 지정한 후 매월 관리비 등을 기성회비에서 납부한 사실이 적발됐다. 2010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총장 관사관리비로 총 1086만 원이 지출됐다.

B 대학은 2010~2012년에 매년 설 및 추석 명절에 국고에서 교직원에게 명절휴가비가 지급되고 있는데도, ‘복지개선비’라는 명목으로 기성회비에서 1인당 20만 원씩 총 3억5520만 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C 대학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예절특강을 실시한 총장에게 특별강사료 450만 원을 기성회비에서 지급했다. 학생 복지를 위해 써야 할 기성회비를 법적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교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이다.

이 같은 관행을 없애고, 학생 등록금의 실질적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안진걸 반값등록금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사립대도 오래 전에 기성회비를 걷지 않기로 했는데, 국·공립대가 법적 근거 없는 기성회비를 징수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기성회비를 없애거나 축소해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