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가기록원의 2007년 정상회담 회담록 실종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시민단체가 수사의뢰를 한 만큼 검찰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 수사는 회담록이란 사초의 폐기 여부와 사초에 기록된 내용의 진위를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검찰 일각에서는 올해 초에 있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관련 고소·고발 사건이 진실을 밝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지난 대선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여부를 놓고 충돌했으며 검찰은 이를 둘러싼 여야 간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지난 2월 결론을 내렸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등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한 것이다. 그 근거는 국정원에서 보관 중이던 정상회담 회담록이었다. 부장검사와 주임검사가 사본을 열람한 후 주임검사가 다시 원본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국정원에 있는 회담록을 정본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다만 당시에는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것으로 돼 있던 대통령지정기록물 상의 회담록은 열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국가기록원에 있어야 할 회담록 정본을 여야가 못 찾은 것인지, 아니면 폐기된 것인지를 가장 먼저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국가기록원의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등 회담록 작성에 참여한 사람들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만약 폐기된 게 확실하다면 누가, 언제, 왜 폐기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남북 정상 간 대화가 녹음된 음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녹음된 내용과 남아 있는 회담록을 비교하면 회담록을 폐기한 동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지난번 수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국정원이 보관 중인 회담록을 공공기록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자체 생산 자료를 알고 공공기록물로 관리할 것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를테면 남북 정상 간 회담이나 회담록은 다른(다음) 대통령들이 봐서 남북관계를 계속 진전시켜야 하는데 그것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면 회담록을 보기 위해 국회에 동의를 구해야 하는 등 열람이 힘들어지고 국정책임자라고 해도 볼 수 없으니 그렇게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지난번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에서 회담록을 폐기했다고 진술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현미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