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원본이 국가기록원에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림에 따라 당시 회담에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발언’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종지부를 향하게 됐다.

지난 6월 25일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이른바 ‘국정원본’이 사실상 회담록 ‘유일본’이자 ‘정본’의 지위를 갖게 됐고, 이 국정원본에서 이미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라는 직접적 언급은 안 했더라도 김 전 위원장의 NLL 무력화 시도를 지지했거나 최소한 적극 저지하지 않은 점은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정원본에 따르면 당시 회담은 김 전 위원장이 수차례에 걸쳐 집요하게 NLL을 무력화하려는 내용의 제안을 이어가면 노 전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은 영토선’이라는 논리로 맞서는 장면은 전혀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먼저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회담록 17쪽)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쌍방이 앞으로 해결한다는 전제하에 북방한계선과 우리 군사경계선 안에 있는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한다. 그리고 공동어로 한다. 그럼 분쟁점이 하나 가셔지지 않겠는가”라고 재차 제안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그것(NLL)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북측 인민으로서도 아마 자존심이 걸린 것이고,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40∼41쪽)는 식의 발언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회담 뒷부분에서 김 전 위원장이 “그걸(남측의 NLL과 북측의 군사경계선) 다 양측이 포기하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하는 법률적인 이런 걸 하면…”이라고 제안 수위를 높이자 “평화협력체제, 평화협력지대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며 “그것이 기존의 모든 경계선이라든지 질서를 우선하는 것으로 한 번 정리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또 서해평화협력지대가 설치될 경우에 대해서는 “NLL보다 더 강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말미에 김 전 위원장이 “쌍방이 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법을 포기한다,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좋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