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지난 8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중범죄(felony)’ 적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시민권자 인권과 범죄 피해자 신변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 법 문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더 이상 한국 측의 부당한 피해자 접촉 시도와 압력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 같은 미국 측 입장은 사건 발생 당일인 8일 오후 최영진 주미대사에게 구두로 통보됐을 뿐 아니라 주미대사관에 전달된 수사 착수 공문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은 일반적 법률 절차에 따라 미국 시민권자인 피해자 여성 인턴에 대한 인권보호 차원에서 한국 측의 추가적인 접촉 차단을 요청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피해자 보호를 매우 중시하는 법 문화를 가지고 있는 데다, 미국 시민권자인 피해자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는 것을 인권보호 차원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윤 전 대변인이 다시 미국에 오게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만큼, 윤 전 대변인에게 ‘중범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성추행이라도 워싱턴DC법을 적용하느냐, 연방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 데다 ‘성추행’ 정도에 따라 중범죄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재 워싱턴DC 형법에 따르면 성추행이라도 경범죄(misdemeanor)는 심각하지 않은 성추행 정도가 해당하며, 중범죄에는 강간뿐 아니라 ‘실질적인 폭행이 없었더라도 피해자가 공포를 느끼거나 술에 취하는 등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저지르는 성추행’ 등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흘러나오는 것처럼 윤 전 대변인이 ‘호텔방에서 알몸인 상태로 피해자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면 중범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중범죄로 분류될 경우에는 최고 징역 10년 선고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워싱턴 경찰이 아직까지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추가로 혐의를 적용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경찰 조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