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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파문’으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사건이 발생한 주미한국대사관의 총책임자인 최영진 주미대사는 사태 수습을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행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은 일반전화를 아예 받지도 않아 사실상 마비 상태에 들어갔으며 커다란 상실감을 겪고 있는 교민들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대책조차 세우지 않은 채 이번 사건이 하루 빨리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 대사는 지난 8일 윤 전 대변인에게 한국문화원 고용 인턴 여직원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박근혜 대통령 수행을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이에 따라 한국문화원에서는 상황을 지휘할 책임자가 없어 언론의 빗발치는 확인 요청과 사후 수습 등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일대혼선이 빚어졌다.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해 최 대사가 남아 현장을 지휘했다면 의혹과 혼선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미한국대사관은 이번 박 대통령 방미 행사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상·하원 의회연설을 위한 실무준비와 미국과의 연락, 행사지원 업무를 맡았다. 최 대사는 대사관과 영사관, 문화원을 총괄하는 위치에서 모든 준비 작업을 챙기고 진행 상황에 대한 관리·감독을 담당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후임자로 안호영 주미 대사 내정자가 발표된 만큼 최 대사로서는 별다른 의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안보연구원장에 임명됐으며 이후 외교부차관, 주유엔대사 등을 역임했다. 이번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일절 설명조차 없었던 주미대사관은 14일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5월 23일 정례 브리핑 개최 소식을 알렸다. 주제는 ‘추후 공지’로 기록됐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