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5일로 발생 1주일이 지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파문’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피해 여성과 해외 동포,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한 뒤로는 웬만하면 윤창중 파문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에 회담을 제의할 것을 지시하는가 하면 어린이집 원아 폭행사건 대책 마련,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 민생 및 국정 현안 챙기기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더 노골적이다. 대통령의 사과 이후 기자들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이제 (윤창중 파문 관련 기사를) 쓸 만큼 쓰지 않았느냐” “미국 쪽에서 수사가 시작됐으니 이제 국정 현안과 민생에 매진할 때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고 있다. 평소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참모들까지 얼굴을 내비치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미꾸라지 한 마리의 분탕질’ 때문에 묻혀 버리고 있다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담겨 있다.

방미 기간 중 호텔 바에서 와인 잔을 기울이기는커녕 ‘쪽잠’을 자 가며 ‘분투’했던 청와대 참모들의 모습을 지켜봤기에, 그들이 느낄 허탈함과 억울함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그것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뿐 아니라 그의 도피성 귀국 과정 역시 많은 국민들 눈에는 ‘분노를 동반하는 범죄행위’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귀국 과정에 이남기 홍보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개입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나오자 한국 정부와 관련자들이 피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피해 여성에게 어떤 성폭력을 행사했는지 규명하는 게 미국 경찰과 검찰의 몫이라면 그가 어떻게 경찰 신고 반나절도 안 돼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는지, 이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없었는지를 규명하고 국민에게 낱낱이 고하는 것은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이다. 청와대는 지금 벌어지는 윤창중 파문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 지긋지긋한 ‘윤창중 블랙홀’의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히는 게 급선무임을 청와대는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오남석 정치부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