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술자리’ 진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박근혜 대통령 방미기간 중 ‘성추행 의혹’ 사건이 정치권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건이 발생했던 W 워싱턴 호텔에서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가기까지 2시간여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30여 분 동안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고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해명했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2시간여 동안 와인 2병을 마셨다”고 전하고 있어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다음 날 아침 피해자인 A(21) 씨가 윤 전 대변인의 호텔방으로 갔던 이유에 대해서도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12일 워싱턴DC의 외교 소식통과 현지 업소, 교민들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A 씨, 운전기사와 함께 지난 7일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이 끝난 직후인 오후 10시쯤 W 워싱턴 호텔의 지하 1층 와인바로 들어섰다.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직원들과 따로 떨어져 술자리를 가진 이유에 대해 “여성 인턴이 너무나 매끄럽지 못하게 저를 가이드했고, 일정 등도 제대로 모르고 출발시간과 차량을 대기시키지 못하는 등 잘못을 여러 차례 해 그때마다 단호하게 꾸짖었다”며 “‘너무 심하게 꾸짖었다’는 자책이 들어 위로하는 뜻에서 술을 한잔 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지 행사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A 씨에게 상당히 잘 대해줬으며 A 씨도 꾸중을 들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어 사실관계에 서로 다른 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당시 술자리에서 운전기사는 와인을 전혀 입에 대지 않고 콜라만 마셨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변인은 “VIP(박근혜 대통령)가 대단한 사람이고 성공한 한·미 정상회담”이라며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축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윤 전 대변인은 A 씨와 가족관계, 학교생활 등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와인바에서는 윤 전 대변인이 가운데 앉고 운전기사가 오른쪽에, 인턴이 왼쪽에 나란히 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전 대변인과 A 씨, 운전기사는 거의 자정쯤 와인바를 나와 페어팩스 호텔로 향했다. 이와 관련, 현지행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A 씨로부터 와인바에서는 윤 전 대변인이 엉덩이를 만졌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페어팩스 호텔에 도착해 방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에 신고된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발생 장소가 ‘515 15th 스트리트 NW’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A 씨가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했던 만큼 와인바에서 수치스러움을 느낄 행동을 겪고 같은 차를 타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동차로 10분쯤 떨어진 페어팩스 호텔로 함께 이동했다고 보기도 석연치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