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이 전날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뒤집은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왜 최초의 자기진술을 번복했을까.

이와 관련, 윤 전 대변인이 향후 법적 공방까지 염두에 두고 ‘살아남기’전략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또 피해여성이 직접 신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가능성이나 진실 공방과 관련한 ‘간보기’ 등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본인은 귀국 ‘종용’ 등을 갖고 청와대를 물고 늘어지면 살 길이 열릴 거라 생각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본인의 퇴로까지 막은 셈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허리를 툭 한 차례 쳤다”고만 했지만 전날 민정수석실 조사에서는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숙소에 인턴 여성이 올라왔을 때도 기자회견에서는 ‘속옷 차림’이라고 밝혔지만 민정수석실 조사에서는 ‘알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변인이 “진실만을 밝히겠다”며 진행한 기자회견의 내용이 전날 진술과 엇갈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이 이처럼 기자회견을 한 것은 향후 지루한 법적 공방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단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고 피해자와 같은 방을 썼던 주미 한국문화원의 여직원이 신고를 한 데다, 피해자가 사건 공개 후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게임’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다. 아직 전체적인 사건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을 먼저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향후 법적 공방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언론 보도 추이를 지켜보며 언론이 보도하는 것만큼 자신의 죄질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살아남기’ 전략을 구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으로 다시 가서 조사를 받을 만큼의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 국내 여론을 환기시키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자회견이 윤 전 대변인의 판단대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에서 속속 ‘성추행’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것도 윤 전 대변인에겐 부담스럽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