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재개를 위해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들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민주통합당이 추경을 발목잡아 대기업 증세를 요구한다고해도 건드릴 게 있고 안건드릴 게 있지”라며 “생뚱맞은 합의를 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합의를 위임해준 이한구 원내대표도 “어쩔 수 없었다.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합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을 대표해 협상을 담당했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최재성 간사는 “야당에서 선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당에선 쾌재를 부르지만 여당 지도부마저 고개를 숙이게 만든 2일 추경 심사 재개 합의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 이어 이번 4월 임시국회 기간 중 민주당이 이끌어낸 제2의 전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들은 “반드시 4월 임시국회 회기내에 추경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압박에 밀려 쓸만한 카드가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야에 따르면 민주당은 재정건전성 대책과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를 요구했으나 사실 물밑에선 대기업의 최저한 세율을 현행보다 2%포인트 상향해 약 4000억 원 상당의 대기업 증세 효과를 거두는 안을 받아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바로 최 간사가 지난달 발의했던 법안 내용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당초 새누리당은 이 안을 적극 반대했지만 민주당쪽에선 명분을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면서 “결국 기획재정부가 2000억 원의 세수 효과가 있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 1%포인트 인하안을 대안으로 들고 오면서 전격적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나 의장은 “정부가 비과세감면 혜택을 점차 줄이려는 정부의 기조와도 맞는 안이었다”면서 “대기업 입장에서도 4000억 원을 잃는 것보다는 2000억 원으로 방어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무리 대기업의 세제혜택을 줄이더라도 17조 원의 추경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여당은 박근혜정부의 추경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를, 야당은 대기업 증세라는 명분을 취하면서 애꿎은 대기업을 또다시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불만도 재계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박근혜정부의 최대 목표인 일자리 창출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권의 합의여서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