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심야 협상을 통해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낮춰서 사실상의 ‘대기업 증세’ 효과를 내는 대신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재개키로 합의하면서 ‘대기업 희생양’ 논란이 일고 있다. 17조 원대의 추경에 따른 재정건전성 대책을 논의하다가 느닷없이 2000억 원 규모의 대기업 증세 합의로 결론을 내린 것은 정치권이 국민적인 반(反)대기업 정서에 편승, 대기업의 약점을 악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관련기사 8면

3일 여야에 따르면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안 심사가 이틀째 파행을 빚었던 2일 자정 무렵 김학용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와 최재성 민주통합당 예결위 간사는 “재정건전성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정부가 제시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을 대기업에 한해 1%포인트 인하하는 안을 양당 원내대표단으로부터 위임받은 바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합의문을 내놓았다. 이들 간사는 이외에도 “(대기업)최저한세율 인상,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 조정 등을 계속 논의키로 했다”면서 추가적인 대기업 증세안과 부자 증세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여당에 따르면 대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는 전제로 혜택이 부여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을 현행 2%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낮출 경우 정부는 약 2000억 원의 증세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주당이 재정건전성 대책 마련과 증세안을 요구하면서 추경 심사를 전면 중단했던 것은 세수 효과는 크지 않지만 다수의 서민이 반길 수 있는 대기업 증세안을 따내기 위한 명분 싸움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액공제액이 줄어든 만큼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론 정부의 세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