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오는 8일 예정된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의 문안을 직접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외교 참모들이 작성한 연설 초안을 바탕으로 직접 문안을 고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이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하게 되는 미 의회 연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박 대통령의 영어 실력이 일상 회화 수준을 넘어선 고급 표현 구사에도 능숙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유창한 영어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외교가에서 주로 쓰는 고급 어휘도 자유롭게 구사하고 수준 높은 표현에도 익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경우 통역이 잘못 통역하거나 자신의 표현과 다른 영어 단어를 쓸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정정하는 것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며 “보통은 통역하는 동안 다음 할 말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기 마련인데 그걸 들으면서 정정까지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직접 문안을 다듬을 정도로 이번 미 의회 연설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국빈 방문이 아닌 공식 실무 방문임에도 미 의회에서 박 대통령에게 연설을 요청한 것은 올해가 한·미 동맹 및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과 동북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는 많아야 1년에 1, 2명 정도의 외국 정상에게만 연설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설 이후 곧이어 박 대통령이 연설을 하게 됐다. 2012년에는 미 상·하원 연설을 한 외국 정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같은 나라 정상이 잇따라 미 의회에서 연설한 사례는 지난 1943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 이어 1945년 클레민트 애틀리 총리가 연설을 한 뒤 69년 만에 처음이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이승만(1954년)·노태우(1989년)·김영삼(1995년)·김대중(1998년)·이명박(2011년) 전 대통령에 이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여섯 번째 연설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