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6가 GS강서타워에 위치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GS샵 쇼핑호스트들이 사회적기업 ‘씨튼베이커리’를 지원하기 위한 기부방송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여러분, 친환경 유기농 재료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를 맛보시겠습니까. 제품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기부까지 동참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6가 GS강서타워에 자리한 스튜디오. 남녀 쇼핑호스트가 능숙한 말솜씨로 TV 홈쇼핑 녹화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두 쇼핑호스트가 소개한 제품은 찰보리쌀, 밀, 현미 등 100% 국산 유기농 곡물로 만든 시리얼인 ‘유기농 후레이크 4종 세트’. 유기농 해달별 후레이크 2박스와 토토우볼 1박스, 채소 후레이크 1박스 등으로 구성된 상품으로 가격이 시중 유기농 시리얼보다 저렴한 2만4000원이었다. 방송 중 주문하는 고객들에겐 마늘빵 1봉지도 추가로 제공했다. 제품은 모두 씨튼장애인직업재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씨튼베이커리에서 생산했다.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두 쇼핑호스트는 프롬프터 등을 통해 원고가 따로 제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척척 호흡을 맞추며 자연스러운 대사와 표정을 연출했다. 여성 쇼핑호스트가 “오늘 판매되는 제품은 튀기지 않아 칼로리 걱정 없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남성 쇼핑호스트는 곧바로 제품을 우유에 직접 타서 먹으며 “정말 맛있습니다”를 연발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녹화가 순조롭게 이어졌다. 스튜디오 한쪽에 마련된 모니터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씨튼베이커리 관계자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GS샵 관계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만족스러워 했다.

방송 화면에는 ‘수익금은 씨튼장애인직업재활센터에서 일하는 지적·지체 장애인의 급여로 전액 사용합니다’, ‘친환경 재료, 7가지 국산 유기농 재료, 무색소·무합성보존료’ 등의 문구가 포함돼 광고 효과를 높일 것이란 기대감을 낳았다. 약 1시간 뒤, 촬영을 무사히 마치자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촬영을 끝낸 오혜선(여·39) 쇼핑호스트는 “기부방송은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방송을 통해 씨튼베이커리가 더 널리 알려져 보다 많은 수익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S샵과 씨튼베이커리는 GS샵의 이번 기부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GS샵은 지난 2월 20일 사회적기업 상품개발 및 판로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사회적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GS샵이 연 12회의 기부 방송 가운데 최대 7회를 사회적기업 상품판매에 사용하고 아름다운가게는 상품개발 및 배송,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상품개발 지원사업 및 홍보 등을 각각 지원하는 내용이다.

두 업체의 만남은 아름다운가게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은 덕분에 이뤄졌다. 이날 녹화 내내 모니터에서 눈길을 떼지 않던 신충섭(41) 아름다운가게 국장은 “GS샵과의 협업을 통해 훌륭한 상품을 생산하지만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기부방송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며 “씨튼베이커리 전까지 9곳의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기부 방송을 진행했는데, 대부분 ‘방송 후 인지도가 많이 올라 매출이 급증했다’고 고마움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판로를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키우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추가 고용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신 국장은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앞서 2월 22일엔 지적장애인들이 생산한 고품질 유기농 수제쿠키 ‘위캔쿠키’ 판매 방송을 진행해 30분 만에 2000세트가 넘는 물량을 판매했다. 이는 기부방송 사상 역대 최고 매출이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지적장애인 급여로 쓰여 자활을 도왔다.

이번 씨튼베이커리에 대한 기부 방송은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진행돼 더욱 뜻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07년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장애인들의 고용에 앞장섰던 씨튼베이커리는 우리밀과 유기농재료, 올리브유 등 몸에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제과·제빵을 생산하고 있는 광주광역시 소재 업체다. 직원 75명 중 장애인 인력만 53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GS샵의 기부 방송 지원을 통해 걱정을 덜었다고 한다.

씨튼베이커리 관계자는 “그동안 값도 싸고 맛과 건강도 신경 쓴 제품을 생산해왔지만 판로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며 “이번 GS샵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인지도를 많이 올려 수익도 내고 더 많은 장애인들을 고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S샵 관계자는 “국내에 800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이 있는데 되도록 많은 업체에 기회를 주기 위해 기부 방송 대상을 매번 바꾸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도 씨튼베이커리와 꾸준히 교류를 지속해 기부방송 기회를 더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