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줄어들면 당장 기계류 소비와 일자리 등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향후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에 타격을 준다. 실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까지 떨어진 데는 설비투자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올해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눈치보기가 더욱 확대됐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당초 2012년에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4.2%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설비투자는 1.8% 감소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흐름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오르고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 설비투자가 9.8% 급감한 2009년 경제성장률은 0.3%에 그쳤다. 반면 설비투자가 25.7% 증가한 201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6.3%로 급등했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설비투자의 올해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월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에서 “향후 경제성장은 설비투자가 어느 정도 회복될지에 달려 있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데다 상당수 업종에서 유휴설비가 존재해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7.8%로 지난 2009년(74.4%)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0년 80.9%, 2011년 79.9% 등 하락세다. 이처럼 유휴설비가 늘어나면서 제조업 2월 설비투자실행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5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이는 당초 계획대비 투자금액을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늘릴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지속되자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금융정책공사 조사(전국 3251개 사업체 대상)에서도 올해 국내 주요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4% 감소한 127조9000억 원으로 예상됐다.

특히 제조업의 설비투자 위축 가능성이 높았다. 올해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5.2%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은 대기업(-3.7%), 중견기업(-6.8%), 중소기업(-19.4%) 모두 설비투자를 줄일 것으로 전망됐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