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4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기 취임연설에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새로운 대응’을 언급하고 국가부채 문제해결을 위한 국민 대통합과 미국 일방주의 외교·안보 정책의 노선 수정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집권2기의 외교·안보 정책은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군사대결 위주인 ‘팍스 아메리카나’의 이념을 넘어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이 강조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오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인 ‘캐피톨 힐’ 계단에 마련된 특별무대에서 ‘우리 국민, 우리 미래(Our People, Our Future)’를 주제로 미국의 57회 대통령 공식 취임식 행사를 가졌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칼과 채찍에 의한 피흘림의 역사를 통해서 속박과 해방을 이겨낸 자유와 평등의 이념은 세워질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세월이 변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새로운 대응과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집단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국민들은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는 영속적 전쟁(perpetual war)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며 “미국은 평화롭게 다른 나라와의 이견을 풀어나가는 용기를 보여주겠지만, 우리가 처한 위험을 몰라서가 아니라 대화가 훨씬 더 의심과 두려움을 지속적으로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언급은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등의 국제 현안에서 앞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외교·안보 정책의 원칙을 전세계에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미주에서 중동까지 민주주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다”는 독립선언서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하나의 나라, 하나의 국민으로서” 경제위기를 비롯한 미국이 처한 난관을 극복해 나갈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사회부문에서는 여성과 동성애자의 권리, 이민자 등 소수계의 권리를 존중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16조 달러가 넘는 국가부채와 메디케어(노인의료보장),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보건비용 등에 대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의 노력과 공동의 목표를 갖고 열정과 헌신으로 역사의 부름에 답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자유의 소중한 빛을 가져다 놓자”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