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7일 중견기업에도 중소기업에 준하는 가업승계 및 연구·개발(R&D)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은 ‘중소→중견으로 가는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실제 각종 세제 혜택이 중소기업에만 집중되면서 중견기업은 강한 소외감을 느껴왔고 중소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일쑤였다. 이것이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스스로 성장 의지를 꺾는 이른바 ‘피터팬신드롬(육체적으로는 성숙해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 있기는 바라는 심리)’을 갖도록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수위가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확대키로 한 것은 중소기업의 피터팬증후군 극복 지원책이자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 빼내기 일환인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중소기업청이 중견기업 업무까지 관장하게 됨에 따라 정부 입장에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점차 하나로 보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이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범위가 아니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이 아닌 기업을 말한다.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와 자본금이 각각 300명, 80억 원 이상이고 자산과 종업원 수는 5000억 원, 1000명 이하인 기업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기준으로 국내 중견기업 수는 총 1422개사였다. 이들 중견기업의 고용인원은 82만4000명, 전체 매출액과 수출액은 각각 373조 원, 603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가업승계 상속·증여세의 경우 현재 인수위는 상속재산 300억 원 한도에서 가업상속재산가액의 70%를 과세표준인 세액공제 범위를 일단 500억 원 한도, 100% 과세표준으로 공제토록 하는 등 박 당선인 임기 내에 가업승계 부담에서 벗어날 만큼 대폭적으로 혜택을 계속 확대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중견기업은 현재 매출액 2000억 원 이하의 중견기업의 경우만 가업상속 세액공제 대상에 들어가 있다. 만약 인수위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전체 중견기업이 매출액에 상관없이 수혜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다. 2011년 말 중견기업 1422개 중 매출액 2000억 원 이하는 925개, 2000억 원 이상은 497개. 인수위의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당장 현행 세법상에서도 500개에 가까운 중견기업이 세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향후 중소기업 가업승계 세제 혜택 확대 폭만큼 전체 1422개 중견기업은 추가로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인수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견기업 업계의 큰 고민거리인 가업승계 상속·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 문제 등을 해결해줌으로써 중견기업 일자리를 늘리고 한국 경제의 허리를 더 튼튼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