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 올해부터 공휴일이 되었다. 관련 규정이 통과되면서 22년만에 다시 공휴일이 된 것이다.

대체로 여론은 한글날을 공휴일로 하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경제단체를 비롯해서 일부에서는 여전히 주저하면서 불만을 내비친다.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면 노동 시간이 줄어든다고 반대한다면 이는 단견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우리말과 글을 되새겨보기 위해서 한글날은 공휴일이 되어야만 우리 말과 한글에 대한 국민적 각성을 높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1990년에 공휴일이 너무 많다 하여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것은 성급하고 졸속적인 처사였다.

우리에게 한글은 무엇인가?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민족이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고유한 말이 있어서였고 그 우리말을 지금껏 전승할 수 있었던 것은 쉽고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글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어떤 문자 생활을 하고 있을까?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한자의 음과 훈을 이용하여 불편하게 이두식의 문자를 쓰고 있거나 아니면 베트남처럼 로마자를 쓰고 있을지 모른다. 편리한 한글이 있었기에 오늘날 문맹자가 전무에 가깝고 높은 교육열을 가진 국민이 되어 경제와 문화 등 다방면에서 한국이 세계에 우뚝 서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세계의 유수한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높이 인정하고 있고, 유네스코에서는 문맹률을 낮추는 데에 공헌한 세계 곳곳의 사람을 뽑아서 ‘세종대왕문해상’을 수여하고 있다. 세계가 이렇게 한글에 대해 찬탄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한글의 가치를 절실히 느끼고 한글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가.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지금 영어와 로마자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글날을 국경일뿐만 아니라 공휴일로 함으로써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의 말과 글에 대해 각오와 다짐을 튼튼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우리 말과 글을 가꾸고 발전시켜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김세중·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