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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대기업 때리기’식 경제 민주화에 매달리고 있는 사이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한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잠재성장률마저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문가들은 경제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9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 전문기관들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 초·중반으로 추락한 데 이어 내년도 성장률마저 3%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한은은 지난 11일 경제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4%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물가불안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의 성장률)이 3%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상태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2.7%, 3.6%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3.4%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역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성장률까지 줄줄이 낮추고 있다. 올 1월 말 4.3%였던 10개 주요 IB의 2013년 성장률 전망치(평균)는 5월 말 4.1%를 시작으로 6월 말 3.9%, 7월 말 3.7%, 8월 말 3.6%로 하락했다. 9월 말에는 성장률 전망치가 3.3%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BNP파리바와 도이체방크는 내년도 우리나라 성장률이 각각 2.6%와 2.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할 경우 저성장 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 4.39%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8∼2030년에는 2.40%로 떨어지고, 2031∼2050년에는 1.05%까지 추락한다. 이는 경기를 과열시키지 않는 한 1∼2%대의 저성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국내 경제가 2%대에 머무는 ‘L’자형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단기적으로 경기 활력 복원을 위한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 재고를 위한 발전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