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가 19일 D-61을 맞았지만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등 빅3 후보 모두 ‘경제살리기’를 위한 성장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들은 지난 2007년 대선을 달궜던 이명박 후보의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 등과 같은 경제살리기 내지 성장공약 등은 없이 표를 의식한 경제민주화 공약에만 매달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후보들은 하나 같이 성장률 상승과 경제회생 방안, 그리고 경제살리기 중장기 계획 등이 빠진 대신, 언제 실현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손에 잡히지 않는’ 맹탕 공약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가 18일 ‘창조경제론’에 입각한 경제 비전을 발표함으로써 빅3 후보 경제 공약의 큰 윤곽이 모두 드러났다.

문 후보의 ‘공정경제론’은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돕는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국형 뉴딜’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경제살리기 전략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 후보의 ‘혁신경제론’ 역시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산업생태계를 바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의 사다리’를 놓겠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을 뿐, 경제회생 및 성장로드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의 ‘창조경제론’ 역시 그 핵심은 정보기술(IT)과 첨단 과학을 기존 산업 전반에 융합시키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창업국가를 실현하며,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뿐, 경제살리기 청사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빅3 후보들의 이 같은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低)성장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대책이 빠져 있고, 지나치게 부분적이고 뜬구름 잡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세 후보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IT 부문의 경우 지금까지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한계를 보여 왔고, 문 후보의 남북경제연합 구상이나 안 후보의 북방경제론은 ‘북한 핵’이라는 쉽지 않은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19일 전화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성장을 얘기하지 않는 유일한 대선으로 남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표가 경제민주화에 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포퓰리즘으로 흘러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오남석·민병기·김동하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