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경제 살리기와 성장의 구체적인 콘텐츠를 얘기하지 않는, 이렇게 이상한 대통령 선거가 있었나”(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말로는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겠다는데 공약을 보면 정반대로 가고 있다.”(정인교 인하대 교수)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등 빅3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경제 비전과 성장 공약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처럼 싸늘하다. 이구동성으로 빅3 후보의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 모두 잘못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사회적 환경으로 볼 때 경제 민주화, 복지 확대 등의 주장을 펴는 게 표(票)를 얻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간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선 많은 국민이 고통을 호소하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19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의 경제적 삶이 굉장히 어렵고 힘든데, 그 원인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그 수혜자인 대기업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제 생각으로는 국민의 삶이 어렵게 된 건 저(低)성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3%였는데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하고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는 그보다도 1.3%포인트가 낮아졌다”며 “이런 저성장 기조를 탈피해 보다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교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작은 나라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해외로 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분배주의적, 뜯어먹기식 사고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국)도 예전같지 않고 유럽과 미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며 “이럴 때 한국은 경제 민주화 담론에 막혀 다른 것은 하나도 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실 진단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각 후보들의 공약 평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김태기(경제학) 단국대 교수는 “박 후보는 ‘창조경제론’을 말하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시장이 단절돼 있고 중소기업 일자리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문·안 후보에 대해서도 “두 후보 모두 성장동력이 뭔지 불분명하다”며 “중소기업을 키우겠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박 후보의 공약은 정부가 돈을 풀어서 뭘 하겠다는 식의 얘기만 있고 민간영역이 더 잘 활동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부분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안 후보에 대해 “국민들이 재벌의 부정적 양태들을 싫어한다는 점만 보고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소장은 “박 후보가 강조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새로운 정책이라고 볼 수 없고, 문·안 후보가 얘기하는 경제 민주화는 일종의 ‘깃발’일 뿐 구체적인 정책 이슈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남석·민병기·김동하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