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경제 살리기’, 한국 대선은 ‘경제 민주화’.

올해 나란히 치러지는 한국과 미국 대선을 요약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미 대선에선 후보들이 저마다 경제 살리기 공약으로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반면, 한국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경제 민주화를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불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 민주화 담론에 갇혀 성장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맞붙은 지난 16일 2차 TV토론회는 경제 살리기가 핵심 화두인 미국 대선의 분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두 후보는 시종일관 자신이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롬니 후보는 일자리를 묻는 질문에 “미국 젊은이들에게 지난 4년은 매우 힘든 시절이었다”며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내가 경제를 살려놓겠다”고 장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자리 500만 개가 창출됐다”며 “자동차산업과 같은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롬니 후보가 다섯 가지 경제 살리기 계획이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계획은 하나”라며 “부유층에 세금 감면과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롬니 후보 역시 물러서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기간 4년 동안 미국의 재정적자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배로 늘렸다”며 미국을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그리스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장외전도 화두는 역시 경제였다. 라이언 후보는 “롬니는 미 경제 부흥과 일자리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가진 지도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와 높은 실업률을 과감한 경기부양책으로 저지했고, 실업률을 6%대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선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 대기업 총수 집행유예 금지,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계열분리명령제 등 경제 민주화와 관련한 선명성 경쟁이 한창이다. 뚜렷한 성장 공약을 찾기 어렵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 민주화가 대선 화두가 돼 성장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