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군 성노예(military sexual slavery)’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하게 거론한 것은 독도·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일본의 반(反)역사적 인식을 문제삼으면서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갈수록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정부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날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밝힌 입장은 지난 9월28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의 후속탄 성격이 짙다.

당시 김 장관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처음으로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인간의 존엄성과 고결함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위안부나 ‘성 노예’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 않았지만, ‘전시 성폭력(sexual violence against woman in conflicts)’이라는 문구로 충분히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다는 게 외교부측 입장이다.

이번 신동익 주유엔 차석대사 연설 역시 같은 맥락이지만, 정부는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제3위원회 성격에 맞춰 좀 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수위도 더 높였다.

신 차석대사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규정한 전쟁범죄이자 인도에 반하는 죄로 규정하면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도 직접 언급했다.

지난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는 “유엔과 모든 회원국이 실효적 배상과 가해자 심판 등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데 비해 내용이 더 강력해진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도 “‘성 노예’ 등 사용한 어휘는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발언의 수위는 약간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직접적이면서 강력하게 일본의 법적 책임을 언급한 것은 최근 일본 정부가 보여준 잘못된 역사인식과 도발 때문이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국제적 홍보 및 대일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말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일본에 여러 차례 위안부 청구권 문제 논의를 제기했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다 해결된 문제”라면서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이날 제3위원회에서도 “권리구제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됐으며,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했다”면서 법적 책임을 재차 부인했다. 독도 문제도 걸려있다. 이르면 10월 말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독도 문제를 단독 제소하려는 일본에 사전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성격도 강하다. 독도 문제 역시 과거사와 얽혀있는 만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일본 내각이 단독 제소를 강행하면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해 일본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