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황성규/논설위원

똑같은 우리말이라도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면 달라진다. ‘부추’라는 말도 거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전남 지방에서는 ‘솔’이라고 하는데 비해, 경남 남해안 지방에서는 ‘소풀’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륙으로 들어가 대구 지방에 들어서면 ‘정구지’로 바뀐다. 같은 내륙이라도 충청도 지방에선 ‘졸’이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한 지역 안에서 소도시마다 다른 말도 있다. 숭늉의 충청북도 지역 방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숭늉(청주·진천) 숭눙(보은·제천·청원) 숭녕(충주·영동) 숭념(단양) 숭냉(음성) 숭낭(괴산) 숭낭물(옥천) 등으로 달리 불린다.

방언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주민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녹아 있다. 우리말의 모태 언어라 할 이들 방언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는 표준어 때문에 표현의 다양성이 없어지고 방언이 사라진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건 지나친 비약(飛躍)이다. 표준어와 방언은 생과 사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다. 그리고 방언은 절대로 사용해선 안 되는 말이 아니다. ‘표준어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 얼마든지 방언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곧 표준어는 교과서·공문서와 방송·공공기관이 사용해야 할 공식 용어다.

방언·표준어 논란과는 또다른 차원의 논란이 최근 시작됐다. KBS 2TV의 새 수목드라마 ‘차칸남자’와 일일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가 그 대상이다. 지상파 방송이 한글맞춤법을 무시하고 소리나는 대로 제목을 달거나 상스러운 제목을 붙여도 좋은가 하는 찬반 논란이다. 이와 관련, 방송법 제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제8항은 ‘방송은 표준말의 보급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언어순화에 힘써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것이 강제 조항이든 아니든 ‘방송’은 철저히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논란이 지겹다면 방송 곁을 떠나 지역 축제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5일 오후 충북대에서 지역의 언어문화를 되살리는 행사가 열린다. ‘충북의 언어를 말하다’라는 표제어가 달린 ‘충북 언어문화 축제’이다. 국립국어원과 충북도가 주최하고 충북대·청주대 국어문화원이 주관하는 축제 한마당이다. 지역 방언을 포근하고 살갑게 들으면서 마음껏 떠들고 즐길 수 있는 너른 마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