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2TV)에서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라는 긴 제목의 드라마이다. ‘세상 어디에도 엄는 차칸남자’라고 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차칸남자’라니, 왜 그렇게 썼을까?

‘착한 남자’라는 표기를 일부러 맞춤법에 어긋나게 ‘차칸남자’라고 소리나는 대로 썼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청년은 ‘착한 남자’이지만, 결코 ‘착한 남자’가 아닌 ‘나쁜 남자’라고 한다. 이 ‘나쁜 남자’를 표현하기 위해 ‘차칸남자’라고 표기했다는 게 제작진의 궤변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공영방송에서 틀린 표기를 사용하여 한글 맞춤법을 어기고 드라마 제목으로 표기했다는 것은 제작진의 어떠한 변명이나 궤변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제작진의 논리대로 한다면 ‘추카’한다고 하면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이 아니고 가식적이거나 사심으로 축하하는 것이고, 기분 ‘조케’라는 말은 결코 기분 좋은 것이 아닌 상황을 말한다는 것이다. 이런 억지가 또 어디 있겠는가.

드라마 제목을 맞춤법에 맞지 않게 쓰는 일은 국민의 언어 의식을 흩트리는 일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작진 쪽에서 구설홍보(노이즈 마케팅)와 같은 편법으로 시청률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잘못된 의식을 국민에게 심어주지 않을까 염려된다.

시청률이나 인기를 의식하여 공영방송에서조차 우리말 규범을 어기고 드라마 제목을 언어유희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미 드라마에서는 비속어와 막말이 넘쳐나서 우리말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고, 일상에서 사용되는 공공언어에서는 낯선 외국어가 우리말을 병들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이제는 공영방송에서라도 우리말을 망가뜨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형배·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