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소통방식이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안 원장은 대중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공개행보를 조금씩 늘려 가고 있지만,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현장 비공개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안 원장의 행보는 행사가 끝난 뒤 안 원장 측이 보내는 사후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소통을 강조한 안 원장이 정작 신비주의 소통방식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안 원장은 지난 8월30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고, 관련 내용은 31일 안 원장 측의 이메일 공지를 통해 알려졌다. 안 원장 측은 “안 원장이 주형로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을 비롯한 지역 환경농업단체 대표 등 10여 명과 만나 환경농업 관련 현안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면서 안 원장과 주민들과의 대화 내용을 일부 발췌해 공개했다. 안 원장은 8월23일 강원 춘천시 시니어클럽을 방문했을 때도 행사가 끝난 뒤 똑같은 방식으로 내용을 공개했다.

안 원장의 ‘사후통보’ 방식이 대선 출마가 임박한 지금까지 계속되는 데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SBS 등 언론들도 안 원장의 비공개 소통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소통방식과 비교해 ‘자의적 소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 후보가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안 원장이 더 나을 게 없다는 것이다.

안 원장 측은 아직 정식으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소통방식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의 행보가 언론에 공개될 경우 국민들과 정상적인 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과의 대화가 오히려 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 원장이 출마의사를 사실상 굳힌 데다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돌입한 상황에서도 비공개 소통을 유지하는 것에는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완전국민경선을 외친 민주통합당이 모바일 투표를 통해 민심의 왜곡 논란을 빚는 것처럼, 소통을 강조한 안 원장도 소통 왜곡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대선에 뜻이 있다면, 자신의 주변과 행보를 공개화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신율(정치외교학) 명지대 교수는 “어디 갔다 와서 시간이 지나서 언론에 알리는 방식은 북한 지도자들의 행태를 연상케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김병채 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