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피해자로부터 주요 증거와 정황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근거로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당초 피해자 A(7·초등 1년) 양 집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용의자가 범행장소까지 이동하는 300m 구간에는 CCTV가 없었다. 경찰은 또 용의자의 이동경로는 당초 2가지로 추정했으나 A양 집에서 나와 왼쪽으로 감고 돈 뒤 ‘ㄱ자’로 된 골목길을 가다가 둑방길 계단을 타고 5차선 도로를 건너 영산대교 밑으로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A 양의 진술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A양 신체와 옷가지 등에서 채취한 용의자의 흔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단 A 양의 신체에서 채취한 것은 용의자의 체액과 A 양의 볼에 남은 치흔 등이다. 용의자는 A 양의 볼을 세게 물었는데, A 양이 큰소리 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또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A 양의 원피스와 속옷에서도 용의자의 데옥시리보핵산(DNA)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일단 31일 오전 A 양 집에서 70m 가량 떨어진 주택가에서 불심검문 끝에 도주하다 붙잡힌 40대 중국인 남자 B 씨가 용의자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300m 가량 추격 끝에 B 씨를 붙잡은 서상준 나주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B 씨 집을 방문해 몇 마디 물어보기도 전에 우리를 밀치고 도주했다”며 “이 사건 용의자 여부를 가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30일 오전 2시30분쯤 A 양 집에서 200여m 떨어진 버스정류장 매표소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한 것과 A 양 성폭행 사건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A 양 어머니의 진술대로 “A 양이 오전 2시30분에서 3시 사이에 사라졌다”는 말이 맞다면 절도범이 성폭행 용의자와 동일인물일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다만 “불법체류자 신분일 가능성도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A 양은 현재 나주의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파열된 대장과 찢어진 국부에 대한 수술도 이 병원에서 했다. 하지만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옮기자는 경찰의 제의는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A 양의 언니(초등 5년)는 “29일 밤 KBS 드라마 ‘각시탈’을 본 뒤 A를 포함한 세 동생들과 함께 잠이 들었고, A는 출입문 바로 옆 거실에서 잤다”고 말했다. A 양의 어머니는 “각시탈을 본 뒤 100m 떨어진 PC방에 가서 게임을 한 뒤 30일 오전 2시30분쯤 집에 왔다”며 “당시에는 A가 자고 있었으나 오전 3시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는 A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왜 오전 3시에 딸의 행방을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안방에서 아빠와 함께 자고 있는 줄 알았다”고 답변했다. 경찰은 다만 A 양의 어머니가 ‘게임 중독’에 빠졌다는 주변인들의 말에 따라 집을 나온 시간 등에 대한 진술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

광주=정우천 기자 goodp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