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이 성범죄자의 성 충동을 약물로 억제하는 ‘화학적 거세’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화학적 거세의 적용 대상과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성폭력 범죄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은 ‘16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로 화학적 거세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동성범죄자에게만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 사건을 주로 맡는 양소영 변호사는 “성폭행 전과자가 많은 범죄자라면 그 대상이 아동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성범죄의 습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아동성범죄자에게만 화학적 거세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소아 기호를 가진 범죄자들도 다른 연령을 대상으로 성범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범위 내에서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성범죄자로 화학적 거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적 거세를 성범죄자를 위한 치료인 동시에 성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가 범죄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약물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란 의견도 일고 있다. 서울변호사회에서 인권이사를 맡고 있는 오영중 변호사는 화학적 거세에 대해 “신체에 강제적으로 형벌을 가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성욕 등의 원천을 차단한다는 것은 행복추구나 생명을 생산할 수 있는 기능의 핵심적인 부분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위반 소지도 있어 신중히 논의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효과 검증이 안된 만큼 화학적 거세의 전면 확대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성·아동 전문변호사인 이명숙 변호사는 “전체 성범죄의 10% 미만이 신고하는 현실에 비춰 신고조차 되지 않는 90%가 넘는 성범죄자를 검거하고 처벌하는 데 더 예산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동 기자 trigg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