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가 심화됐고, 일본과는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가 발전됐다.”

외교통상부가 2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배포한 ‘2011 주요업무 실적보고’에서 자화자찬만 늘어놓은 대목이다. 지난해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증명하기 위해 성과를 과시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일본군 위안부 청구권 문제로 일본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협력·교류’ 내용에 치중해서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외교부가 배포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해 ‘주변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심화’에 나섰고, “일본과는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가 발전됐다”고 평가했다. 외교부는 “한·일 간 고위급 교류를 통한 양국간 신뢰 구축 및 지역·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이 이뤄졌으며, 양국간 우호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했다.

지난해 역시 한·일 양국 간의 현안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50쪽 보고서에서 단 7줄에 불과했다. 위안부 청구권에 대한 정부 노력 부족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 1항에 따른 양자 협의 개시 2차례 촉구”했으며,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교토(京都) 정상회담 등에서 일본의 성의있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촉구했다는 것.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된 교토 정상회담에서 갈등 상황은 아예 적지 않았다. 지난 5월 외교부가 발간한 ‘2012 일본개황’에도 지난해 헌재 결정 등 위안부 청구권과 관련, 새롭게 진행된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한중 관계에서도 지난해 12월 해양경찰 1명이 숨진 서해상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도 사망사건은 언급 없이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적 노력을 강화했다”고만 적었다.

대신 ▲외규장각도서 환수 완료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등 ‘성과’는 비중 있게 설명했고, 올해 3월에 열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해서는 지난해 성과가 없는데도 개최 준비상황까지 적었다.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뉴미디어 활용을 통한 소통 강화’, ‘대국민 직접 접촉 홍보활동 확대’ 등 홍보 관련 내용은 2쪽이 넘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결산보고서이기 때문에 올해 논란이 된 사안이 안 들어간 것일 뿐”이라면서 “주요국과의 현안 문제를 넣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