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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들의 투자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투자 선행지표인 설비투자조정압력이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국내 기계수주는 41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대기업을 압박하는 각종 법률 발의가 봇물을 이루면서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6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 설비투자조정압력(생산증가율-생산능력증가율)은 -1.8%포인트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조정압력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2분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설비투자조정압력은 기업들의 향후 설비투자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이 값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는 것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일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비투자조정압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2분기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3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후 증가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1분기 0.8%포인트로 급락한 뒤 2분기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또다른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 증가율도 급락했다. 6월 국내 기계수주는 전년동월대비 33.5%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폭은 2009년 1월(-48.9%) 이래 41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처럼 기업들의 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것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미·중 경제 회복세 약화 등으로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7월 수출은 446억22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8.8% 감소했다. 이는 2009년 9월(-9.4%)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7월 제조업 수출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내수판매 BSI는 각각 5포인트와 8포인트 떨어지는 등 기업들의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상태다.

기업의 투자 감소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설비투자 증가율 1%포인트 하락 시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감소한다. 실제 올 2분기 설비투자가 전기대비 6.4% 감소하자,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7%포인트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을 0.7%포인트 깎아 먹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기업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을 입법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