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함께 있지만, 서로 딴 곳만… 통합진보당의 심상정·이정희·유시민(왼쪽부터) 공동대표가 7일 오전 서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긴급 대표단 회의를 하고 있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4·11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의혹을 둘러싸고 대치 중인 통합진보당(진보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끝내 ‘루비콘 강’을 건널 태세다. 몸싸움 등 폭력사태와 분당 사태까지 관측된다.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가 지난 4∼5일 전국운영위원회를 통해 현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경선을 통해 선출된 비례대표 당선자 전원 사퇴 등 수습책을 밀어붙였으나 이정희 공동대표 등 당권파가 7일 이를 정면으로 되받아치면서다.

비당권파는 오는 12일 중앙위원회에서 수습책을 ‘표결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당권파의 분위기로 볼 때 중앙위원회가 무사히 열릴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연상시키는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치킨게임’ 속에 양측이 결국 파국을 맞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7일 오전 진보당 대표단 회의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본청 2층 의정지원단 회의실 분위기는 냉랭하다 못해 긴장감으로 달아올랐다. 이 자리는 당권들 간의 충돌로 ‘진보 용팔이 사건’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던 4∼5일 전국운영위원회 이후 처음으로 열린 진보당 공식 회의다.

우여곡절 끝에 비당권파 중심으로 마련된 수습책이 관철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중대 고비였다. 당 일각에서 “파국은 피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회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당권파의 핵심 인물인 이정희 대표가 모두발언 일성(一聲)으로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실태 조사 보고서에 대해 “보고서 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제안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09년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당시 쉽게 여론의 뭇매에 동조하면 편했지만 저는 어떤 여론의 공세도 사실로 확인되기 전에는 사실이라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권파에 대한 비판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권파가 ‘진상조사보고서 발표(지난 2일)→ 전국운영위의 수습책 의결(4∼5일)→ 중앙위원회의 수습책 의결(12일)’로 이어지는 비당권파의 수습 방안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12일 중앙위원회가 제대로 열릴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 됐다. 중앙위원회 구성상 비당권파가 당권파 비주류까지 흡수해 수적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잘 알고 있는 당권파가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야권의 한 인사는 “유시민 대표가 ‘분당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당 수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라며 파국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남석·김병채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