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진보당)이 진보진영을 공멸시킬 수 있다.” “진보당에는 진보는 없다.”

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과 관련, 전국운영위원회의 ‘지도부 및 경선 참여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에도 진보당 당권파가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진보진영 내부의 비판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3석을 확보해 제3당으로 성장한 진보당이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다면 진보진영 전체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진보 인사들 사이에 깔려 있는 것이다.

당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비당권파의 당권 장악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해석하고, 선거 부정조차 오랜 관행에 따른 절차적 실수 정도로 치부하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행태를 계속 보일 경우 ‘진보 없는 진보당’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손호철(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진보당 당권파는 버티면 버틸수록 자기 무덤을 파는 셈”이라며 “이대로 가면 진보당은 결국 자멸하게 되는데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특히 “진보당 혼자 죽으면 몰라도 다른 데(진보당 외의 진보진영)까지 동반자살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파 패권주의, 그동안 쌓아온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등을 벗어나 하루빨리 책임있는 사람들이 사퇴하든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균(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양심있는 운동가들이 새로 진보정당을 결성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진보당 당권파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진보당 당권파가 운영위 결정을 정파적 관점에서만 해석한다면 결국 당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영(국제관계학) 한신대 교수는 7일 “진보당 사람들은 도덕적 순결함에 대해 과도한 자기확신을 하고 있다”며 “동굴에서 살다가 광장으로 나왔는데 광장 정치의 구도나 운영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법학) 서울대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당권파가 운영위 결정을 추진할 중앙위원회를 물리력으로 무산시킨다면 진보정치는 완전 ‘개망신’!”이라며 “수십년 만에 ‘용팔이 사태’를 보는 것은 아닐지, 부정 선거에 이어 또 어떤 ‘바보짓’이 나올지 염려된다”고 비난했다.

한인섭(법학) 서울대 교수는 최근 “한때의 진보로 ‘진보 영구훈장’을 받은 줄 착각하지 말라”며 “적법 절차, 참여민주주의 가치를 꺼린다면 이미 낡은 존재”라고 비판했다.

김동하·박정경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