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대학생 살인 사건의 피해자 김모(20)씨의 전 여자친구인 박모(21)씨가 사건 당시 범행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방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4월30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역 부근 근린공원에서 칼로 수십 차례 찔려 사망한 김씨의 전 여자친구 박씨도 알려진 것과 달리 범행 당시 가담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범행을 주도했던 이모(16)군과 홍모(15)양, 윤모(18)군 등 3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가담 정도가 약한 박씨는 살인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범행 당시 이군 및 홍양 등과 함께 있다가 오후 7시30분쯤 피해자를 만났고, 이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며 전철역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군의 과외 교사였던 박씨가 과외 수업 때문에 당시 이군의 집에 있었으며, 직접적으로 이군 등과 살인 공모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박씨는 이군과 윤군 등이 평소 김씨와 사이가 좋지 않아 ‘혼내 주겠다’, ‘죽여 버리겠다’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던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날 김씨를 만난다는 사실 역시 알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번 만나서 혼내 줄 거라고 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일상적인 다툼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자신이 만든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김씨가 나서 리더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점에 화가 나 다른 채팅방원인 이군, 홍양 등과 김씨를 험담한 적이 있다”며 “지난 2월쯤 회장이었던 박씨가 물러나 김씨가 회장이 됐고 이후 이러한 점 때문에 불만이 쌓여 4월 초 김씨가 이별 통보를 해 서로 헤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현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