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이 가출 청소년의 아지트(근거지)나 범행 장소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과거보다 청소년들이 찜질방에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바뀌어 청소년 탈선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부모(친권자)의 출입동의서를 찜질방(목욕장) 업주에게 제시하면 청소년도 심야 시간인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찜질방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전에는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청소년은 심야 시간에 찜질방에 드나들 수 없었다. 출입동의서는 별다른 양식 없이 청소년 및 친권자 등의 인적 사항, 출입 사유 등만 기재하면 된다.

이에 따라 최근 가출 및 비행 청소년들이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부산 일대는 물론 서울에 있는 찜질방까지 원정을 가 18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훔친 10대 3명을 붙잡았고, 올해 초 경기 고양시에서 발생한 토막 살인 사건의 10대 용의자 일부도 찜질방에서 생활했으며, 4월30일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대학생 살인 사건의 10대 용의자도 찜질방에서 체포됐다.

찜질방 등 공중위생업소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 모 구청 관계자는 “부모가 동반해야 했던 이전보다 학생들이 출입하기 편해졌다”며 “전화 등으로 추가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의 한 찜질방에서는 “출입동의서라고 해도 간단하게 적어 오는 것이 전부”라며 “동의서를 위조해도 필체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인지현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