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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현/연세대 상경대 교수 경제학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3.7%에서 불과 4개월 만에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렇게 경제성장률 전망이 나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부진에 있다. 미국경제는 다소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이 예상보다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PIGS) 사태로 인한 유로존의 국가채무 문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됨에 따라 대외 수출이 큰 애로를 겪고 있다.

그에 더해 최근 일본 엔화가 약세로 반전됨에 따라 우리 경제성장 엔진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0.5%에서 올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가계부채 및 고유가로 인한 국내외적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국내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출 감소와 소비 둔화로 한국경제는 서서히 경기침체라는 늪 속으로 빠지고 있다.

해외의 투자은행(IB) 및 경제 예측기관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연일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 때문이다. 원유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유가 상승은 기업(企業)의 원가부담을 높이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국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은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이 와중에도 정치권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들을 옥죄며 ‘대기업-중소기업’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 확대와 고용 증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일부 대기업은 심지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고 경제성장의 모멘텀을 회복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수출과 내수가 적절히 확대되도록 경제·정치·사회적인 여건들을 갖춰나가는 데 정치권이 앞장서고, 정부가 이를 적절히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정치적 분위기는 그와 정반대인 것 같아서 걱정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4·11 총선을 통해 ‘복지(福祉)’공약들을 쏟아냈는데, 그 대부분이 재원조달 방안이 의심스러운 선심성 공약들이다. 기획재정부는 정치권의 복지공약에 소요될 예산을 5년간 약 268조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조세 부담이 앞으로 폭등할 것임을 시사한다. 정치권이 경제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데 힘쓰긴커녕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재원조달에 있어서 국민의 조세저항이 심한 경우 국공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으로는 역시 ‘미래 세금’의 증가를 의미한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이미 34%에 이른다. 9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문제에 더해 공공부채마저 급증한다면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뇌관이 추가되는 형국이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도 결국 그리스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놓을 게 아니라, 경제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 방안들과 함께 산업활동 강화, 고용증대를 위해 어떤 해법을 제시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업을 활성화시키려면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신기술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조세 감면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수출증대 및 내수확대를 통해 국가경제가 성장해야 고용과 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바로 그것이 서민들을 위한 최선의 복지정책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