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원 20대 여성 엽기살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축소 수사의 책임을 지고 9일 전격 사퇴를 발표하자 경찰 안팎의 관계자들과 시민들은 경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 청장의 사퇴는 문화일보가 경찰의 부실수사를 처음으로 보도한 지 5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112신고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지 이번 사건이 경찰총수의 퇴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12신고 시스템을 강화하는 새로운 출발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 소장은 “수원 20대 여성 엽기살해 사건은 국민이 위급할 때 신고하는 112 상황실의 경찰들이 범죄에 대해 무사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면서 “특히 112 상황실에 접수된 강력사건은 지방경찰청으로 보고되는 만큼 경찰 지휘부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언론에서 경찰의 거짓말을 폭로하면 그때마다 경찰은 사과하고 있는데, 결국 경찰은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냐”면서 “국민들의 안전문제에 대한 경찰의 신뢰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수뇌부들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남동생인 곽모씨는 조 청장의 사퇴 소식을 전해듣고 “경찰이 초동수사만 잘했어도 우리 누나가 살해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민간기업의 조모(44) 차장은 “딸을 가진 부모 입장에서 분통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질 일”이라며 “경찰청장의 사퇴는 시민 입장에서 볼 때는 늦었지만 누군가 책임을 질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불안했던 마음이 놓이는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고 사건을 축소한 이번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인 조현오 경찰청장이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25개 수원시 시민단체가 모인 수원시시민사회단체협의회의 최영옥 상임대표는 “성폭행 우려가 있을 때는 항상 112로 신고하라고 캠페인을 벌여왔는데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단순 성폭행으로 보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112신고 및 보고 시스템만 제대로 됐더라도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이번 수사는 총체적 부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철순기자 csjeong1101@,

수원 = 김형운기자